지구상에 인구가 10억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부터였다. 그러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던 가장 절박한 사회 문제는 역시 식량이었다. 천연적인 퇴비에만 의존한 농업으로는 10억 이상의 인구를 지탱할 수 없었고, 부족한 퇴비를 보충할 수 있는 화학 비료의 개발이 절실하게 되었다. 칠레 초석(질산 나트륨 NaNO3)과 같은 천연 비료가 있기는 했지만 생산량이 적고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 증산에는 크게 기여하지는 못했다.

심각한 식량 부족을 본격적으로 해결해서 현재 지구상에 60억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1909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의 공로였다.

식물은 질소를 이용해서 단백질과 같은 생명체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화합물을 합성하고,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은 그런 질소 화합물을 식량으로 활용해서 생명을 이어간다. 물론 식물이나 동물이 죽게되면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 의해서 질소 화합물이 재활용된다. 이런 자연 과정을 “질소 순환 과정”이라고 부른다. 천연 비료인 퇴비와 칠레 초석이 바로 그런 질소의 순환 과정의 일부분이다. 이런 순환 과정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순환되는 질소 화합물의 양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지구상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의 양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자연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존재한다. 지구의 대기 중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번개와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는 미생물의 존재이다. 번개와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80%를 차지하지만 너무 단단한 삼중 결합으로 되어 있어 다른 생물은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질소 분자(N2)를 깨뜨려서 생물체가 활용할 수 있는 질소 화합물을 만들어서 질소 순환 과정에서 빠져나간 질소 화합물을 보충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버는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서 암모니아(NH3)를 합성하여 칠레 초석을 이용하던 폭약의 제조 방법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온도를 높여야 하지만, 암모니아의 생성 반응은 발열 반응이기 때문에 온도를 높이면 생산되는 암모니아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하버는 온도를 높이는 대신 보슈(Bosch)의 도움으로 오스뮴(Os)을 촉매로 사용하고, 반응 용기의 압력을 175 기압으로 높임으로써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1910년에는 철-알루미나-산화 칼륨계의 새로운 촉매를 개발해서 암모니아를 아주 싼 값에 생산하는 하버-보슈 공정을 완성하였고, 1913년부터 상업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하버는 그 공로로 1918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고, 보슈는 고압 반응 용기를 개발한 공로로 동료인 베르기우스(Bergius)와 함께 1931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폭약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개발하였던 하버-보슈 공정은 인간이 자연의 질소 순환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구상의 식량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금도 전세계의 암모니아 생산 공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출처: 대한화학회편, "표준 일반화학실험, 제7개정판, p 217 (2011)).

 * 암모니아 제법

* 국내 암모니아 생산 공장

 Back